산기슭에 사는 아기 대나무 죽순은 같은 동내에 사는 억새에게 날마다 놀림을 받습니다. 겉으로 자라지 않지만 땅속에서 매일매일 자신을 키우고 있는 죽순에게 억새는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는다며 죽순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놀립니다.억새와 바람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뿌리를 내린 억새는 비가 많이 온 어느 날 억새 앞에 엄청 큰 나무가 되어 나타납니다. 억새는 그 나무가 죽순이 커서 되었다는 걸 믿기지 않아 하지만 죽순은 억새에게 언제나 하는 말을 되풀이 합니다.“나는 자라고 있었어”라고요.억새보다 수십 배 자란 죽순은 억새를 무시하지 않고 억새를 끌어안습니다. 키 작은 억새가 햇볕을 보고 더 자랄 수 있도록 자신의 잎사귀를 작게 만들면서 말이죠.
대나무의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는 아이가 자라면서 남들보다 느리다고, 자신이 한 일의 성과가 늦게 나타난다고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습니다. 하루하루 성실하게 자신이 맡은 바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것을 이루고 그 이룬 것보다 이루려고 노력했던 과정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. 또 무언가를 이루고 나서 자신의 혼자만 누릴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있었으면 했습니다.